일상

해방

uuisfree 2023. 12. 23. 23:54

어느 날 선배는 이름 모를 양주를 꺼냈다.

그거 소금이랑 같이 먹는 거예요, 하면서 내 주먹 쥔 손 위로 소금을 뿌렸다.

핥아먹는 꼴이 조금 추레하게 느껴져서 주저했지만 이내 소금을 머금고 양주를 들이켰다.

술이 뜨겁게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.

더 쓴 것 같은데.
역시 술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.

그런 싫은 것을 자주 먹었던 이유는 정말 선배 때문이다.

난 어느 순간부터 선배를 연민했고 선배는 술 마실 때만 그 지친 무게를 내려놓았으니까

얼마나 의존하는지 알면서도, 자주 우울을 얘기하는
그가 술 마실 때만 살아숨쉬는 것 같아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.

선배에겐 해방이었겠지.
누군가에게 친절이나 호의를 베푸는걸 쓸모 없는 거라 여기는 선배가 술자리에서 달라지는 건 해방 때문이었겠지.

비싼 술을 나누는 것, 낯선 안주를 만드는 것, 누군가를 위해 칵테일을 제조하는 것, 손등에 소금을 뿌려주는 것 등.